안녕하세요 저는 나무랍니다.
우리 가족들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봄바람이 숲속 나무들 사이를 살랑거리면 산벚나무의 속삼임이 바람을 타고 들려옵니다.
“언니가 둘째를 가졌대요. 정말 간절히 원했는데.”
“우와! 무척 기쁘겠어요. 진심으로 축하해요.”
여름이 오던 어느 날 잿빛 구름이 몰려와 숲을 뒤덮습니다.
소나무의 잎은 점점 푸르고 짙어집니다.
“벌써 며칠째인지...어머니 집에 별일 없겠지요?”
“올 장마도 탈 없이 지나가야 할 텐데...”
단풍이 곱게 든 굴참나무에서 도토리 하나가 떨어집니다.
도토리를 입에 문 다람쥐가 굴참나무를 바라봅니다.
“빵빵한 볼이 어릴 적 큰아들 얼굴 같네요.”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면서요. 힘들지는 않대요?”
“다람쥐처럼 부지런하니 잘 이겨낼 거예요.”
키작은 떡갈나무는 아름드리 굴참나무가 부럽습니다.
“저도 그 표지판을 달 수 있을까요?”
“그림!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기다리면 된단다. 햇볕과 비와 바람을 벗 삼고 더위와 추위를 이겨내면서 말이지.”
동백나무 가지 위에 눈이 쌓이면 조용하던 숲의 나무들이 슬며시 일어납니다.
“곧 설인데 숲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겠어요.”
“숲이 사람들 웃음소리로 가득 찰 생각을 하니 벌써 기분이 좋아져요.”
봄바람에 설레는 산벚나무는 막냇동생 나무입니다.
여름날 녹음이 짙어지는 소나무는 큰아들 나무입니다.
가을에 도토리를 맺는 굴참나무는 어머니 나무입니다.
겨울날 눈 덮인 동백나무는 할아버지 나무입니다.
우리는 ‘가족나무’입니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숲을 느끼고 태어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숲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자연과 공존하며 추억이 머물러 있는 수목장림에는 간직하고 싶은 시간이 새겨져 있습니다.
우리 가족나무에서 그리운 가족들을 기억하고 싶습니다.